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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을 생활용품으로 바꿔드려요'

황은희(주부)

2018년 11월 30일(금) 11:34 [해남신문]

 

ⓒ 해남신문


우리 인간은 움직이는 쓰레기 생산기계 같다. 날마다 배출하는 양도 대단한데 장이라도 본 날은 말할 것도 없다. 포장하지 않고 파는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쓰레기를 매립만 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분리배출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작년에 아파트 관리인이 고용되기도 전에 이사를 했는데 새벽마다 인근의 노인들이 분리수거장을 자주 드나들었다. 종이 상자는 물론이고 소주병과 맥주병을 가져갔다. 주민들이 입주하던 때였는데도 분리수거장에서는 소주병이나 맥주병을 볼 수 없었다. 2017년부터 공병 보증금이 소주병은 100원, 맥주병은 130원으로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독일에도 판트(Phand)라는 우리나라의 공병보증금 반환제도와 비슷한 제도가 있지만 운영 방법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소비자 값에 이미 공병 보증금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에 독일은 보증금과 물건 값을 따로 공지해서 용기에 공돈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또한 가격에서 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달라 음료 가격과 상관없이 페트병 0.25유로(약 320원), 유리병에 0.08유로(약 100원)를 돌려받는다. 0.5유로짜리 물을 구매하면 보증금이 물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니 비율이 상당하다. 또한 수거 방법도 다르다.

농번기에는 시골집에 가면 여기저기 소주병이 널브러져 있다. 버섯 컨테이너에 차곡차곡 모아서 가장 가까운 대형 마트에 가져갔더니 교환 요일이 아니란다. 공병을 계속 싣고 다닐 수 없어 돌아오는 길에 읍에 있는 대형마트에 또 들렀다. 공병 바꾸러 왔다고 직원에게 '살짝' 말했더니 공병을 넣어 놓을 상자가 없으니 다음에 다시 들르라는 말에 무안했다. 할 수 없이 며칠을 싣고 다니다 시골집에 다시 갖다 놓았다. 나중에 친구의 도움으로 16,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공병을 애써 모으지 않는다. 독일의 판트는 마트에서 기계가 수거를 하니 무색할 일도 없고 마트 운영시간이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고 유리병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페트병과 캔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독일의 판트는 자원재활용을 높인다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시행하는 것 같다.

해남군은 '재활용품을 생활용품으로 바꿔드려요~!!'라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교환해주는 생활용품-폐건전지 20개에 종량제 20리터 봉투 1매, 200ml 우유팩(10g) 100개에 화장지 1롤 등. 실행 의지에 의문을 갖게 하지만 의도는 좋으니 우리 아파트 주민들도 7월 말부터 동참하기로 했다. 우유팩만 따로 모을 수 있는 통이 설치되고 우유팩을 깨끗하게 씻어 말려 내놓았다. 그러나 간혹 그렇지 않은 팩도 있으면 일일이 세척을 해서 말렸다. 그러나 우리는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을 절약하는 일을 한다는 자긍심으로 기꺼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9월과 11월에 우유팩을 교환하러 갔을 때 그 마음에 금이 갔다. 반환받은 화장지 몇 롤을 들고 나오면서 동냥 받은 것 같아 누가 볼 새라 잰걸음으로 나와 뒷좌석에 휴지를 내팽개쳤다. 자원 재활용에 대한 일은 손이 많이 간다. 상부조직 지시에 읍면사무소에선 무조건 따라야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일하는 사람들이 기꺼이 해야 효과가 높아진다.

자원의 재활용은 환경을 보호하는 한 방법이며 환경 보존은 우리의 의무며 책임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개발 시절엔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가 자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아침에 일어나 으레 열던 창문을 열지 못한 지가 꽤 오래다. 이제 우리는 미세먼지 농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어 그 검은 연기가 반갑지만은 않다.깨지지 않고 가벼운 플라스틱 용기가 나오자마자 흙으로 만든 옹기가 제일 먼저 버려졌다. 그리고 이제 플라스틱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물며 미세플라스틱이 화장품과 치약 그리고 주방세제와 섬유유연제 등을 통해서 인체로 흡수되는데 생태계를 파괴하는 여러 증거들이 나오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물질로 취급되고 있다.

문득 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이며 땅에 일이 생기면 땅에 사는 자녀들에게도 똑같이 생긴다고 말한 씨애틀 추장의 편지가 생각난다. 그가 우리에게 또 묻는다. '어떤 꿈을 당신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가? 내가 보기에 당신들은 그저 땅을 파헤치고 건물을 세우고 나무들을 쓰러뜨릴 뿐이다. 그래서 행복한가?'

해남신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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