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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적

낡은 구두

2019년 06월 07일(금) 19:23 [광양신문]

 

↑↑ 송봉애시인문화관광해설사

ⓒ 광양신문


송봉애 시인문화관광해설사

달빛 밝은 밤, 낭창하게 늘어진 벚나무가지위로 가로 등불이 반짝인다.

고층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달밤의 풍경은 아련한 그리움이다. 달빛과 함께 느끼는 사유의 깊이를 재고 있을 무렵 젊은 외국인여자가 쓰레기 분리수거함에서 뭔가를 부지런히 담는다.

무엇을 저렇게 담는지 궁금해 유심히 살펴보니 그건, 내가 초저녁에 버린 낡은 구두들이었다.

구두 한 켤레로 사계절을 버텼던 시절이 있었다. 적은 월급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특별한 날에만 신었던 구두, 색깔이 발하고 구두 굽이 닳아 질 때마다 헤진 구두 굽을 수 십 번 갈아 끼우며 신발장 한 켠에 고이 모셔 두었다.

때로는 가끔씩 신었던 구두가 낯설어 걸음 거리가 자유롭지 못했을 때도 여자이고 싶어 아픔을 감수하며 신었던 구두,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신발장을 차곡차곡 채워가기 시작했다.

어릴 적 서울로 간 언니는 명절 때마다 분홍색 삐쭉 구두를 신고 똑, 똑 똑. 또각소리를 내며 고향으로 왔다. 그 구두가 얼마나 신고 싶었던지 언니가 봉당에 가지런히 벗어놓은 구두를 몰래 신고 엎어지기를 수 십 번, 얼른 커서 언니처럼 분홍색 삐쭉 구두를 신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첫 직장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월급으로 분홍색 구두 한 켤레를 샀다. 걸음 거리가 서툴러도 삐쭉 구두를 신고 시내를 활보할 때면 내가 제일 세련된 도시여자처럼 느껴짐을 나름의 방식으로 돋보이고 싶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딸아이는 계절별로 아름답고 세련된 구두들을 신발장 한 켠에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

높은 구두 굽이 땅을 콩콩 튕길 것만 같아 딸아이의 꿈들이 하늘로 솟아오를 것만 같아 신발장을 보노라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머금어 진다.

오늘 아까워서 예뻐서 버리지 못하고 모셔 두었던 철지난 구두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미쳐보지 못했던 세월의 흔적들이 구두 밑창에 있었음을 새삼 느꼈다. 한 때는 이 구두들을 신고 나도 콩콩 튀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걸어왔던 길들을 다시 되돌아 갈 수는 없지만 나는 수만 킬로미터의 길을 걸어왔음을 구두 밑창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저 젊은 외국인 여자도 낡은 구두를 주워 담으며 고향에 계실 부모님과 형제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비록 색이 발하고 낡은 구두지만 누군가에게는 저 신발을 신고 새로운 길들을 펼쳐나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내가 꿈을 꾸며 걸어왔던 길처럼 그 길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가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오늘 신은 구두 밑창에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덧칠했다.

달빛이 점점 사그라진다. 빛났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 빛이 아련했던 것처럼 나는 이제 새롭게 펼쳐질 길들을 걸으며 낡은 구두가 준 철학처럼 내 삶의 가치를 나누어 줄 때가 왔음을 느낀다.

모든 걸 내려놓고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럽고 용서하며 살라고 조용히 묵도하는 밤, 똑. 똑. 똑 딸아이의 투명한 구두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보고 싶다.

<외부 기고 및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광양뉴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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