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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자료 꺼내 놓고 "국도 3호선 확장" ???

불편했던 '진주·사천 산업인프라 구축 심포지엄' 참관기

2017년 09월 19일(화) 09:37 [뉴스사천]

 

↑↑ 9월 13일 열린 진주·사천 산업인프라 구축 심포지엄 모습. 빈약한 근거로 국도 3호선 확장이란 결론을 내어 아쉬움을 샀다.

ⓒ 뉴스사천


당위성만 넘치고 근거 빈약했던 "광역교통망 구축"

빨대효과 걱정하는 사천 시각 없어…'들러리' 느낌

끼지 못한 '제2사천대교-축동IC-진주남서부 연결'

신뢰와 협력 없는 '광역교통망'은 공허하고 먼 얘기

9월 13일 열린 진주ㆍ사천 산업인프라 구축 심포지엄 모습. 빈약한 근거로 국도 3호선 확장이란 결론을 내어 아쉬움을 샀다. #'빈약한 근거'와 '부실한 결론'

지난 9월 13일, 진주바이오산업진흥원 대회의실에서는 '진주-사천 산업인프라 구축 심포지엄'이 열렸다. 진주상공회의소와 사천상공회의소가 주최하고, 진주-사천발전협의회, 진주지역경제연구센터, 서경방송, 경남일보가 주관한 행사였다.

심포지엄의 주제는 제목에서 짐작하듯 진주와 사천의 공동 산업인프라 구축에 관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두 지자체 사이에 광역교통망을 구축하자는 제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사실상 이는 겉포장이었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나 토론자, 그리고 주최-주관 측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국도3호선을 6차선으로 확장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었다.

뭔가 알맹이가 있으리라 기대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킨 참관자로서는 몹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실망한 이유는 '빈약한 근거'와 '부실한 결론'이었다.

사천과 진주를 잇는 국도3호선이 출퇴근 시간이면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청중으로서 더 듣고 싶었던 건 이것이 어느 정도의 혼잡함인지, 앞으로 견디기 힘들만큼 더 심해질 것인지 아니면 풀릴 것인지, 그런 전망을 낳는 이유는 무엇인지, 향후 개선책으로 최선의 방안은 어떤 게 있는지 하는 것들이었다.

#도로확장, '빨대효과' 낳을 수도

두 도시를 잇는 도로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개념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길을 따라 사람이 움직이고, 사물이 이동한다. 그 속에서 경제가 일고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진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가 양쪽에 공평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둘 중 한 도시의 그것이 다른 도시 쪽으로 더 영향을 주거나 반대로 흡수될 수 있다. 일종의 빨대효과다. 그리고 이 빨대효과는 대체로 작은 도시보다 큰 도시에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러니 사천과 진주 사이에 새로운 길이 생기거나 좁은 길이 넓어진다는 건 단순히 '교통이 편리해지고 길이 덜 막힌다'는 긍정적 의미로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자칫 한 도시의 쇠퇴나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음이다. 그렇다고 지역민들이 겪을 불편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일. 이런 이유로 최근 들어선 사천시도 진주를 잇는 도로 확장이나 신설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반면, 진주시는 적극적이다. 혁신도시로 한창 몸집을 키우고 있는 데다 항공국가산단 조성 계획으로 새로운 성장동력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런 자신감으로 인근 도시와의 교류와 소통에 거침이 없는 것이다. 인구도 늘었다. 이전한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직원과 그 가족들이 온전히 정착하지 않는다는 불만 속에서도 최근 2~3년 사이에 진주시 인구가 1만 명쯤 늘었음이 통계 수치로 확인된다. 같은 기간, 사천시 인구는 2~3천 명 줄었다.

#주제발표의 결론 "국도 3호선 확장"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이날의 심포지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날 주제 발표는 경남발전연구원 송부용 선임연구위원이 '4차 산업혁명과 서부경남 산업단지의 미래', 경상대학교 도시공학과 김승범 교수가 '진주‧사천 광역 교통망 구축 계획'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송 연구위원의 도착이 늦은 탓에 순서가 바뀌어 진행됐다.

그렇다고 '두 지역의 미래산업이 이러저러할 전망이니 상호 원활환 교통망을 구축해둬야 한다'는 중심기조가 바뀌진 않았다. 결국 방점은 '광역 교통망 구축'에 있었고, 구체적 실행 방안은 '국도 3호선의 6차선 확장'이었다.

송 연구위원의 이날 발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항공국가산단 지정으로 사천과 진주는 동북아 항공산업 생산기지 기반이 마련됐다. 진주의 경우 복합재 시험평가 시스템 구축으로 지속적 성장이 기대된다. 이런 가운데 제4차 산업혁명이 오면 '초연결성'과 '초지능화'로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와 같은 새로운 구조의 산업생태계가 형성된다. 이는 일자리 지형 변화로 이어진다. 산업단지도 그에 걸맞은 변형이 필요한데, 첨단복합화 전략이다. 조립과 가공 등 생산 위주에서 벗어나 신소재개발, 품질 인증 등을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산단은 도심 속에 있으면서 주거, 교육, 문화, 복지, 연구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어 김 교수의 발제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혁신도시, 항공산업 성장 등으로 사천과 진주에 장래 인구 유입이 기대되고 통행의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니 광역교통망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두 지역 간 대부분의 통행은 국도 3호선에 집중돼 있는 만큼 4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확장하고, 통행량 분산을 위한 우회도로 건설을 검토할 수 있다. 시외버스에 의존하는 광역통행 방식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

#4차산업과 교통량의 상관관계는?

이날 심포지엄 참관자로서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지는 동안 내내 답답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앞서 언급했듯 '빈약한 근거'와 '부실한 결론' 때문이었다.

항공산업이 성장하면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인구와 통행량이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바다. 다만 문제는 구체성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인구와 통행량이 언제, 얼마나 늘 것인지, 또 동부와 서부, 중부 중 어느 쪽에 더 심각한 체증이 생길 것인지 대략적 전망은 나와 줘야 한다. 그런 다음 해법을 제시해야 설득력이 더 생긴다.

송 연구위원의 주장과 전망이 맞다면, 4차산업 시대에는 도심 속 아파트형 공장이 일상이 된다. 산업단지도 고층 빌딩으로 모습을 바꾸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산단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두 도시 사이에 광역교통망 운운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심포지엄을 지켜보며 더욱 의아했던 건 토론자로 참여한 학자나 전문가들 역시 부실해 보이는 논거에 대동소이하게 손뼉을 쳤다는 점이다. 다만 두 가지 정도 귀가 뜨이는 대목이 있었다.

#'고령사회'와 광역교통망 구축

하나는 우리 사회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상기한 점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지금의 지자체 중 상당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의 어느 도시든 인구증가를 크게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는 도시 인프라를 갖추는 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른 하나는 유럽과 일본의 다핵도시 개념을 소개한 대목이다. 다핵도시란 몇몇 도시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함께 성장하는 특징을 갖는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 광역교통망 구축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항공산업이란 같은 파이를 나눠먹고자 하는 사천‧진주의 지금 모습이 서로 다른 색깔의 조화로 이뤄가는 다핵도시 개념에 잘 어울리는 지는 잘 모르겠다.

도시의 성장과 통행량 증가는 도로 확충의 필요성을 낳는다. 하지만 그 근거는 분명해야 한다. 여기에는 엄청난 재정 투입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번 심포지엄의 배경이 '정부의 사회기반시설(SOC) 예산 20% 삭감 발표에 따른 선제적 대응 차원'일 수 있지만, 근거가 약하니 의심만 쌓인다. 논거에 쓰인 자료가 10년 전에 만든 '사천시 도시교통정비 중기계획'이었다는 점은 결정타다.

그러다보니 항공기업이 밀집한 사천일반산단에서 사천만을 가로질러 제2사천대교를 놓고, 이를 통해 고속도로 축동IC와 연결한다는 사천시의 최근 교통계획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축동IC를 통한 사천 진출입은 진주뿐 아니라 영호남 차원에서도 뜻 깊게 볼 수 있다. 제2사천대교는 여차하면 진주의 남서쪽과 곧바로 연결할 수 있어, 국도 3호선 확장보다 더 나은 대안이 될 수도 있음이다.

#사천 얘기 부족했던 심포지엄

이번 심포지엄이 아쉬웠던 이유를 한 가지만 더 꼽자면, '진주가 펼친 전에 사천이 들러리 섰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사천과 진주 두 상공회의소가 공동주최 했다지만 100명 안팎의 참석자 중 사천 쪽 인사는 사천상의 직원 외 다섯 손가락으로도 꼽기 어려웠다.

나아가 발제자와 토론자 중 어느 누구도 사천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는 이가 없었다. 4차산업 얘기는 진주에만 머물렀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아니 어떤 언론은 심포지엄 시작과 동시에 신문과 방송으로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심포지엄 참관자로서 사천과 진주, 두 지자체 사이에 광역교통망 구축 필요성을 검토하는 일에 반대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필요성을 뒷받침할 근거나 논리가 밑바탕에 있어야 실행에 동의할 수 있겠다. 사실 그래야 국‧도비를 신청할 근거도 마련된다.

반대로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민심을 호도하고 여론전을 앞세운다면 갈등만 조장할 뿐이다. 신뢰와 협력 없는 광역교통망 구축은 공허하고 먼 얘기다.


하병주 기자 into@news40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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