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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하는 소설가 조정래 문학관…그리고 광양 정채봉

지역의 훌륭한 문학자원 활용해 내지 못하는 아쉬움

2019년 05월 10일(금) 18:39 [광양신문]

 

ⓒ 광양신문


↑↑ △ 순천대 도서관에 있던 태백산맥 전집, 표지가 닳았다.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이 책을 읽으며 근대사의 아픔을 느꼈을까.

ⓒ 광양신문


↑↑ △ 벌교읍 회정리에 있는 태백산맥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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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꼼꼼히 그려 간 인물관계도.

ⓒ 광양신문


ⓒ 광양신문


△ 벌교읍 회정리에 있는 태백산맥문학관.

"작가는 주장하거나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집념과 열정으로 다져진 작가 정신으로 한국 분단문학의 지평을 연 소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 문학관이 광양과 가까운 벌교에 있다. 광양신문은 지난 2017년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광양시가 '문화도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려면 정채봉, 이균영 등 지역출신 문학자원들을 살리는 사업들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문학관 하나쯤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바람으로 전국의 문학관을 다니며 취재한 기사를 몇 차례 보도한 적이 있다.

△ 순천대 도서관에 있던 태백산맥 전집, 표지가 닳았다.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이 책을 읽으며 근대사의 아픔을 느꼈을까.

어린이를 대상으로 정채봉 동화읽기 도서관 프로그램, 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광양읍 동외마을 정채봉 거리 만들기, 정채봉, 이균영 등 지역출신 문학인 문학기념비 건립, 문화도시사업단이 추진하는 문학테마거리 조형물설치 등 작은 사업들이 여러 단체에서 진행되거나 계획 중에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문학관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있어 대한민국 분단문학의 지평을 연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백을 기념하는 문학관이 있어 가봤다. 살아있는 조정래 소설가가 분단문학의 지평을 열었다면 죽은 광양의 정채봉은 어른이 읽는 동화라는 새로운 문학장르를 열어 어른을 동심의 세계로 이끌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꿔 온 작가였다. 늘 그리운 엄마를 가슴에 품고 스무살어머니, 오세암과 같은 동화 같은 소설로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정채봉은 5월에 더 잘 어울리는 작가다. 훌륭한 문학자원이 있어도 살려내지 못하는 지자체를 아쉬워하며 가까운 문학관을 찾아갔다.

신록이 이끄는 대로 따라간 곳. 태백산맥문학관.

사월을 왜 잔인한 달이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사월이 가고 오월이 왔다.

연록의 이파리를 매단 가로수들이 살랑살랑 부는 부드러운 봄바람에 춤을 추고, 여성들의 쉬폰 블라우스 깃도 봄바람에 하늘거린다. 더불어 남성들의 가슴이 설레기도 하는...봄은 어쩌면 인간의 수줍은 본능에 가장 충실한 계절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신록예찬' 이라는 말도 나온 것이 아닐는지... 아무튼 이 좋은 계절에 신록을 따라 나선 길이 어느새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에 다다랐다.

△ 꼼꼼히 그려 간 인물관계도.

소설 제목 따라 이름 지은'태백산맥문학관'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은 분단의 아픔과 통일을 향한 염원을 담은 '분단문학의 정수'다.

소설 제목을 따라 이름 지은 태백산맥문학관은 소설의 주 무대가 된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 357-2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문학관은 태백산맥을 비롯해 아리랑, 한강, 허수아비 춤 등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조정래의 다른 작품들과 취재역사 등 알찬 내용들로 꽉꽉 차있다. 백두대간을 형상화 한 옹벽 벽화가 관람객들을 먼저 반긴다. 옹벽벽화는 10권의 소설내용을 상징하고 있어 소설 제목과도 잘 어울려 문학관이 단순히 내용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건축의 아름다움도 살려냈음을 보여준다. 문학관 내부는 10권의 대하소설이 완성되기까지 취재 과정에서부터 200쇄를 찍는 동안의 모든 과정, 그리고 독자들의 필사본까지 1,2층의 공간으로 나뉘어 잘 전시되어 있다.

깨알 같은 글씨의 작은 취재수첩부터 취재를 도와 준 고마운 사람과의 인연, 2009년 200쇄를 찍어낼 동안 닳아버린 36개의 도장, 태백산맥의 집필과정과 육필원고, 종북으로 몰려 불온서적으로 취급받고 끈질긴 경찰의 수사 등을 받았던 과정들까지 방대한 내용들이 잘 정리돼있고 전시돼있다.

"우리 민족 모두가 분단의 비극에 대해 새로운 비판적 반성을 시도해야만 하는 윤리적 판단이 이 작품에 담겨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교수의 말이 전시실 안 모니터에서 흐르고 작가는 작가로서의 뚜렷한 철학 "작가는 주장하거나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사람이다"라는 글귀가 작가의 캐리커처와 함께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야기를 통해 살아있는 역사공부 할 수 있는 곳

염상진과 염상구, 하대치, 소화... 혼란의 시대에는 누구라도 그런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쟁과 분단, 4.19, 5.18 등 역사의 수레바퀴에 무임승차 해 온 사람들이 읽는다면 역사적인 자아로서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게 해주고, 청년들이 읽는다면 이야기를 통해 살아있는 역사공부를 하게 해주는 소설 태백산맥의 모든 것을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6일,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문학관을 찾은 한 관람객은 "살아있는 사람의 문학관을 세우고 지역 관광홍보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거부감이 먼저 들기도 했었다"며 "태백산맥 문학관은 작가와 작품을 살리는 원래의 기능에 가장 충실한 문학관인 것 같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학관 내부 관람을 마치고 나면 주변에 조성해놓은 소설 속 최부자집과 무당 소화의 집을 둘러보며 추억을 남겨도 좋다.

태백산맥문학관은 방문객들이 작가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는 소통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백일장·사생대회를 열어 보성지역 뿐 아니라 타 지역의 많은 어린이·청소년이 참가해 문학가의 꿈을 키웠다.

문학은 무한대 추동력 가진 보물임을 잊지 말아야

쌀독이 비어야 글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제철소 등 산업시설이 많아 다른 지역보다 그나마 먹고 사는 것이 조금 나은것인지 광양은 아직도 지역 출신 문학인을 조명하고 기념하는 사업이 다른 사업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문학에 다양한 콘텐츠를 입히면 문학이 직접적으로 밥을 먹여주지는 않을 지라도 '밥을 더 잘 먹고 더 잘 살 수 있는 사고'를 키워주는 무한대의 추동력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각 단체나 모임에서 추진하는, 산발적이고 개별적인, 뭘 하는지조차도 알 수 없고 도대체 어떤 성과물을 보여 줄 것인지 긍정적인 기대를 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광양의 문학인을 살려야 한다며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의 여론이다. 한 줄기 굵은 사업으로 엮어 그럴 듯한 문학관 하나 세워보자는 노력과 결단이 아쉽다는 말도 이어진다.

광양뉴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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