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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사천 항공MRO 어디로 가나?

항공MRO, 이젠 사천시민과 공유할 때

2017년 09월 06일(수) 09:39 [뉴스사천]

 

↑↑ 사천 항공MRO단지 토지 이용 계획도. (사진=사천시)

ⓒ 뉴스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사천 지역사회에서는 항공MRO사업의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남도의회와 사천시의회가 검찰 수사와 별개로 KAI를 MRO사업자로 지정해 줄 것을 촉구했고, 그동안 말을 아끼고 있던 사천시도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항공MRO 사천 유치 당위성을 주장했다. 위기에 빠진 KAI는 노조가 입장 표명을 대신하는 모양새다. 반면 신중론으로 돌아선 국토교통부는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중단한 채 여전히 시간 끌기 중이다. 국내 최대 국제공항을 지닌 인천시가 MRO사업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려 한다는 얘기도 간간히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사천의 항공MRO사업은 어떤 운명을 맞을까.

#사천 MRO사업의 개요와 경과

사천시와 KAI 등이 밝힌 2020년 전망 국내 항공MRO 시장은 4조2500억 원 규모다. 시간이 갈수록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은 빤한 상황. 하지만 MRO사업의 상당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에 국토부는 국고의 해외 유출 방지 차원에서 MRO사업 육성을 지원하기로 하고 사업자 선정에 들어갔다.

국내 항공업계가 아직 취약한 현실을 감안한 국토부는 항공정비업체와 운항업체, 그리고 MRO업체가 소재할 지자체가 서로 협력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기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 함께 경쟁하던 충북 청주시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사업 불참 선언으로 사실상 이탈했다. 이에 비해 사천시-경남도의 참여를 이끌어낸 KAI는 올해 3월 9일,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과 '신사업 발굴 및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적 협력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하며 MRO사업체 지정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KAI가 마련한 사업계획에 따르면 MRO단지 예정지는 사천읍 용당리 일원 31만1880㎡이다. 사업비는 2015~2022년 8년 동안 3926억 원이 들어가고, 여기에는 격납고 지원금 국비 483억 원이 포함돼 있다. 국토부는 KAI가 제출한 사업계획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올해 5월 한국공항공사에 맡긴 상태다. 당초 8월 12일 연구용역이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인 11일, KAI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이유로 타당성조사 일시 중단이 선언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사천시의 '소극→적극' 이유는?

정부가 항공MRO사업 지원 의지를 처음 밝히던 2010년께만 하더라도 사천 지역사회에서는 이 문제에 관심이 덜했다. 청주공항 주변이 주요 사업대상지로 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 뒤인 2015년 1월에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항공정비산업 맞춤형 지원계획'을 발표하면서, 그리고 KAI가 지금의 사천 KAI공장 근처를 사업대상지로 선택하면서 지역민들도 MRO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이 사업이 발표되자 정작 사천시는 반응이 시큰둥했다. 항공MRO사업이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상당기간 동안 적자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전망이 공공연했던 탓이다. 사업부지 확보에 사천시 재정을 상당부분 투입해야 하는 것도 MRO사업을 그저 반기지만 못한 이유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MRO 사업예정지 확보에는 총 900억 원이 소요되고, 이를 사천시와 경남도가 6:4 비율로 분담한다. 사천시가 540억 원을 투입하는 셈이다. 토지가 KAI 소유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나 장기간 아주 낮은 임대료를 책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사천시가 적극 입장으로 돌아섰다. 8월 3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상돈 우주항공국장은 "항공MRO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라 강조하면서 범시민유치위원회 구성 의지도 밝혔다.

사천시의 이번 입장 표명에는 'KAI 사태에 사천시가 너무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과 '인천시의 MRO사업 독자 추진설' 등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천시는 이런 여론보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상돈 국장은 기자회견에 이은 뉴스사천과의 전화통화에서 "짧아도 10년, 길게는 15년 이상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이라는 게 KAI나 국토부의 판단"이라며 "우리 시 입장에서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공론화해야 할 때다. 30~50년을 내다보고 가야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천 MRO사업, 과제와 전망

겉으로만 보면 정부의 MRO사업 의지는 초기에 비해 많이 약해진 듯 보인다. 국비 지원 규모도 935억 원에서 483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추가 축소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 항공업계에서 주장하는 시장성, 성장 예측 등에도 회의감을 보이는 눈치다.

KAI가 제출한 사업계획에 대해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KAI는 아시아나항공과 청주시가 MRO 유치 경쟁에서 사실상 이탈한 뒤인 지난해 7월 국토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나 여러 차례 보완 요구를 받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비 물량의 부족이다. 지난달까지 타당성조사를 벌이던 한국공항공사 역시 '정비 물량이 지나치게 많이 잡혀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의 현실적 MRO 물량은 제주항공의 수십 대 민항기와 군수 일부다. 제주항공 외 다른 저비용항공사들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으나 이들 중 상당수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임을 감안하면 한계가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인천시가 인천공항공사와 손잡고 자체 정비사업을 진행하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MRO사업은 사실상 민수부문과 군수부문으로 쪼개진다. 상황이 이러니 사천 MRO사업의 미래가 불확실하고 위태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민수와 군수를 쪼개서는 (MRO)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이에 대해서는 관련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이다. 항공기 제조에서 정비까지 기술을 두루 갖춘 기업이 KAI 외 별로 없음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런 이유로 KAI는 물론 경남도에서도 사천이 MRO사업지로 지정될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보고 있다.

다만 과제가 있다면 불확실성과 의혹을 스스로 떨쳐 내는 일이다. 전제 조건은 정보의 공유다. 지역사회의 많은 이들이 MRO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그 내용을 잘 아는 이는 드물다. 사천시 공직사회는 물론 사천시의회 의원들조차도 MRO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이유로 얼마나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것인지 잘 모른다. 그 과정에 예상되는 부담과 위험요소는 아예 거론조차 않았던 것이 지난날이다.

한때는 경쟁 상대를 고려해 이 모든 것이 비밀리에 진행되어도 용인 받았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지금이 KAI와 사천 항공산업의 위기가 진정 맞다면, 어느 때보다 시민사회와 공유하고, 공감하며, 한목소리를 내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하병주 기자 into@news4000.com

하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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