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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논두렁 허물던 드렁허리

2017년 09월 08일(금) 11:02 [해남신문]

 

ⓒ 해남신문


얼마 전 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한 현수막을 보았다. "산삼보다 더 좋은 드랭이즙 팝니다"

아니 요즘처럼 드랭이 먹을 씨가 말라버린 무논에도 드렁허리가 산다고? 우선은 반가운 일이다. 친환경 재배가 늘어나면서 그 많던 드렁허리는 어디로 갔을까 한탄하던 풍경은 사라지고 생태환경이 살아나고 있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로 드렁허리는 그렇게 몸에 좋을까? 동의보감에도 습하고 추위 때문에 생긴 관절통을 다스리고 허하고 약해진 곳을 채워준다 하였다. 쉽게 말하면 정력제로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 쪽에선 고급 요리로 인기가 그만이란다. 그래서일까 북미 쪽으로까지 서식영역을 넓혀 그쪽에선 외래어종으로 머릿살을 앓고 있나보다.

그만큼 드렁허리는 힘이 좋다. 오죽하면 논둑을 허물어뜨렸을까! 장마가 다가오는 즈음 가문 논에서 물꼬싸움을 일으키는 장본인이 이놈이다. 다정하게 모내기하던 우정에 금을 내고 이놈 저놈 육두문자 날리게 하던 놈이다. 물기를 머금은 흙만 있으면 머리부터 디밀고 들어가 굴을 파고 먹이 찾아 이리저리 헤집는 탓에 아뿔싸 논둑이 무너지기 십상이었다.

이름도 논두렁을 헐었다하여 눈두렁 헐이라 하다가 두렁헐이, 다시 드렁허리로 바뀌었다. 생김새도 논둑을 허물만큼이나 뱀장어처럼 미끈하게 잘 빠졌다. 가늘고 긴 원통의 몸이 꼬리로 가면서 납작해지다 허망하게 끝나는 모양이다. 생기다 만 듯 짧고 뾰족한 꼬리지느러미다. 이것을 빼면 몸엔 지느러미가 없다. 비늘도 없는데다 미끌미끌한 점액을 분비하니 미꾸라지 큰 놈처럼 보인다. 길이도 어림잡아 40cm 정도.

그러나 아가미가 두루뭉술한 것이 미꾸라지와 다르다. 볼살에서 분리되어 양쪽에 아가미가 있으나 뚜렷하지는 않다. 그래서 물 호흡뿐만 아니라 공기호흡도 한다. 턱아래 주름진 주머니를 느닷없이 부풀려 공기로 숨을 쉰다. 가끔씩 물위로 살짝 입 벌려 공기를 먹기도 한다. 볼을 잔뜩 부풀려 입 안에 공기를 채우고는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한다. 그만큼 입안에는 실핏줄이 잘 발달되어 있다.

또 갈색 몸뚱이에 검은 점을 머리부터 꼬리까지 흩뿌려 놓은 듯한 모습은 얼핏 물뱀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비늘이 있어 뒤로 물러서지 못하는 뱀과 달리 이놈은 뒤로도 잘 내뺀다. 이런 뺀질이 움직임에 힘까지 좋으니 이른 여름 논둑에 알을 낳을 때면 굴을 파고 거기에 무려 200여개나 쏟아낸다. 그러면 수컷이 그 위에 정액을 뿌려서 수정을 시키고 새끼가 태어나면 자라서 먹이사냥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지키는 부성애를 자랑한다.

그런데 드렁허리는 태어나면서 암컷과 수컷으로 분명한 성을 갖는 것이 아니다. 태어날 땐 모두가 암컷이다. 2년 까지는 그 상태로 있다가 3년째 접어들면서 수컷으로 바뀌기 시작하며 6년쯤 되면 보이느니 죄다 수컷이 된다. 그러니 30cm 이하면 암컷이고 45cm 이상이면 수컷일 수밖에 없다.

한편 힘이 좋은 만큼 먹성도 좋아서 가리는 것이 없다. 귀뚜라미를 물 밖에서 슬며시 건네주면 스멀스멀 나와서는 입을 벌려 냉큼 잡아챈다. 그리고는 집으로 들어가 한 번에 먹지 못하고 한 다섯 번에 걸쳐 통째로 꿀꺽꿀꺽 집어 삼킨다. 그것 말고도 지렁이, 곤충, 작은 물고기를 닥치고 먹어대는데 특별한 것은 벼에 달라붙는 해충들도 잘 먹는다. 부쩍부쩍 자라는 벼에 달라붙으려는 곤충과 벌레들을 물불 안 가리고 먹어 치워주는 정성을 보이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러나 아무리 힘이 좋으면 뭐하나. 반드시 천적이 있기 마련이어서 황새나 백로들 아니면 농부들에게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 주신다. 황새는 살기 위해 먹는다 하지만 농부들에겐 논둑을 허무는 몹쓸 놈이거나 허약한 몸을 채워주는 여름보양식으로 보일 뿐이다. 그나저나 드렁허리가 되살아나면서 논둑만 허물게 아니라 독성으로 가득찬 녹조라떼 4대강 콘크리트 보나 무너뜨렸으면 좋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양원주 시민기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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