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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강습을 통해 얻은 교훈

황은희(주부)

2018년 10월 05일(금) 11:08 [해남신문]

 

ⓒ 해남신문


지난 추석 명절 연휴가 시작된 토요일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예전에 가르쳤던 고 3학생들이다. "선생님! 이제 수능이 50일 남았어요. 수능 끝나면 술 사주실거죠?"

이렇게 시작한 짧은 만남은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다시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참 한심한 당부였다. 그이들은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다. 여태까지 십수 년을 공부만 하라고 등 떠밀렸고 내가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하라고 등 떠밀었으니까 말이다.

명절에는 집에서 공부하기 힘들다고 그 다음 날 고3들을 위해서 문 열어 놓은 학교로 돌아간다는 녀석들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 봤다.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의 뒷모습이 저럴까.

학력고사를 본 수십 년 전의 내 뒷모습 또한 그랬으리라. 그러나 이제 어떤 모습으로든 다시 시작할 이 아이들도 얼마 전 내게 찾아온 배움의 황홀함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슬재 수영장은 초급과 중급 그리고 상급과 마스터반을 묶어서 4명의 강사가 세 달씩 맡아 강습한다. 그리고 매달 첫 날에 승급을 시키는 것 같다.

어느 날 갔더니 새로운 얼굴들이 보였다. 여러 날이 지나고 얼마 만에 중급으로 올라 왔냐고 물었다. 초급에서 발차기부터 배운 지 세 달 쯤 되었다면 한 두 달 만에 올라가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2013년 1월에 무슨 바람인지 수영복을 장만하고 엉겁결에 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다지 배움이 느린 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수영은 내게 강적이었다. 첫날 강사가 얼굴을 물속에 넣어보라고 했지만 하지 못했다.

그런 나를 강사는 어린이 풀장으로 데려가서 그 연습만 하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수영강습은 물에 스스럼없이 들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많은 동료들은 승급하여 레인을 바꿨다.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한 것도 큰 발전'이라며 스스로 위로했지만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자꾸만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배움이 그다지 느린 편이 아니라는 나름의 자부심마저 무너지고 결국 4명의 강사를 초급에서 다 돌리고도 나아가지 못한 채 그만두었다.

그런데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그만 뒀다는 패배감이 문득문득 떠올라 괴로웠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사람과 제대로 작별하지 못 했을 때의 찜찜함 같은 거라고나 할까. 그래서 마무리를 잘 하기 위해서 올 해 다시 수영강습을 신청했다. 강사들도 그대로였다.

굳은 결심으로 돌아왔으나 킥판을 잡고도 수영장 레인의 끝에 다다르지 못하는 것은 예전과 같았다. 헤엄쳐 가다보면 다리가 너무 아프고 숨이 가팠다. 레인의 저쪽 끝이 코앞에 보이는데도 번번이 멈췄다.

내 수영 실력은 계속 답보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강사가 "여기서부터 저 끝까지 25미터거든요. 거기까지 쉬지 않고 가지 못하면 수영 할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나를 쭉 지켜보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 날 나는 25미터를 완주했다.

레인의 끝을 킥판으로 찍으면서 이제는 세상에서 하지 못 할 것이 없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돌아오는 25미터는 날 듯이 왔다.

그 흥분은 지속되었다. 유튜브에서 수영 동영상을 찾아봤다. 자유롭게 수영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수영장이 눈에 삼삼하게 어른거리며 수영장에 가고 싶어졌다.

우리는 오랫동안 학교에서 배웠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러나 학력고사 한방으로 학생들을 줄 세웠던 30여 년 전과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거의 16년 동안 취미와 적성이 뭔지 모르고 공부만 했고 또 시켰다. 25미터를 끝까지 헤엄치기도 이렇게 어려우니 더 늦기 전에 우리 어른들은 차근차근 가르치지도 않고 동기부여도 제대로 시키지 않은 채 열 바퀴 또는 백 바퀴를 쉬지 않고 돌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작은 목표 달성을 축하하기보다는 더 큰 목표를 제시하기에 바쁘지는 않았는지 돌아 봐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아이의 행복보다는 내 체면을 먼저 생각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이제 不貳過(불이과)할 때다.

해남신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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